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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망경] 007 가방

숀 코네리(Sean Connery, 1930~2020) 주연 007시리즈 총 7개를 인터넷을 뒤져 다시 본다. 20세기,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인간 발자국을 남긴 1960년대 초반에 시작해서 21년 동안 전 세계를 휩쓴 육중하고, 좀 능글맞고, 배짱 좋은, 본드, 제임스 본드!   제임스 본드 시리즈 처음 4편은 해마다 쉬임없이 나왔다. ‘살인번호, Dr. No(1962)’, ‘위기일발, From Russia With Love(1963)’, ‘Goldfinger(1964)’, ‘Thunderball(1965)’.   나머지 세 편은 띄엄띄엄 나왔다. ‘You Can Only Live Twice(1967)’, ‘Diamonds are forever(1971)’, ‘Never Say Never Again (1983)’. 그리고 숀 코네리는 내 눈에는 보험회사 세일즈맨처럼 보이는 로저 무어(Rodger Moore, 1927~2017)에게 007 바톤을 넘겨준다.   ‘007 가방’이 처음 선을 보인 영화는 ‘From Russia With Love’. 검정 가죽에 빨강 내부. 각종 치명적인 무기가 안팎으로 장착돼 있다. 본드는 외교관이 들고 다닐 듯한 가방을 손에 들고 더더욱 자신감이 솟는다.   그런 007 가방을 본떠서 만든 철제 가방을 들고 오랫동안 직장을 출퇴근했다. 옛날 우편배달원처럼 한쪽 어깨에 메고 다니는 가방이 내키지 않는다. 영화에 나오는 테러리스트의 자살폭탄이라도 들어있음 직한 백팩은 어딘지 유치하다는 느낌. 누가 뭐래도 나는 007 제너레이션이다.   병동 환자와 직원들이 내 007 가방을 보면 실실 웃으며 물어본다. 안에 뭐가 들어있느냐. 권총, 흉기가 들어있느냐 하는 질문이 끈질기다. 여직원들이 시치미를 떼고 다이아몬드가 얼마나 크나요? 한다.   가방을 중국어로 ‘캬반’, 일본어로 ‘가방’, 러시아어로 ‘카반’이라 한다. 네덜란드어 ‘카바스’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빵도 가방도 한자어가 아닌 유럽어에서 왔다. 호떡, 호주머니는 달라요. 오랑캐 호(胡)!   가방을 통상 ‘핸드백, handbag’이라 하지만 명품이 아닌 허드레 백을 미국 여인들은 ‘pocketbook’이라 부른다. 참참, ‘주머니’는 한자로 배낭(背囊, backpack), 침낭(寢囊), 음낭(陰囊) 할 때처럼 ‘낭(囊)’이라 하는 걸 당신은 알랑가 몰라.   007 가방에 버금가는 네모반듯한 가방을 1906년부터 ‘briefcase’라 했는데 본래 1806년에는 ‘brief-bag’이라 불렀단다. 20세기 초에 서류가방을 ‘attache’라고도 했다. ‘아타셰이’라 발음하는 이 프랑스어를 다움 사전은 우리 귀에 익숙한 ‘공공칠 가방’이라 풀이한다. ‘attache’는 불어로 대사관 또는 공사관의 ‘수행원’, 쉽게 말해서 높은 사람에게 붙어 다니는 사람을 뜻한다. 내가 걸핏하면 침을 튀기며 역설하는 ‘attachment, 애착이론(愛着理論)’이라는 정신분석 학설이 고개를 드는 대목이다.   얼마 전 의사 왕진 가방처럼 보이는 가방을 장만해서 정중한 자세로 들고 다닌다. 이제 병원에서 아무도 내 가방에 대하여 질문하지 않는다. 숀 코네리의 치명적인 최신 무기와 돈뭉치와 영원한 다이아몬드에 대한 화려한 상상이 청진기, 주사기, 응급치료 도구 같은 물품이 대충 들어있으리라는 덤덤한 추측으로 변한 것이다. 정신과 의사가절대 사용하지 않는 물품들이 가방에 그득하다는 생각은 좀 따분한 노릇이지만서도.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가방 철제 가방 빵도 가방 제임스 본드

202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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